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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일기

내 병력

by DunDunC 2024. 11. 12.

 

  이것 저것 글을 쓰면서도 제 병력에 대한 글은 쓴 적이 없더라구요? 이참에 한 번 정리하는 셈 치고 글을 써 보려고 해요. 저는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많은 병을 앓고 있어요. 발병 순서대로 말하자면 이른노안에 의한 고도원시, 황반변성, 지주막하농양,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뇌졸중(뇌경색), 뇌경색에 의한 보행장애, 균형장애, 안구마비, 안구근육마비, 시신경마비, 복시 등이 있고, 뇌수술 후유증으로 생긴 광 공포증,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의식혼미와 수면장애도 있어요. 그 외에도 협심증과 만성통증, 비중격만곡증, 만성 부비동염, 호산구성 천식, 갑상선기능저하증, 공복혈당장애도 있네요.

 

  덕분에 병원 진료과도 정말 많이 다녀요. 신경과, 심장혈관내과,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척추센터, 신장내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비만센터_내분비내과 등 9개 과를 다니고 있어요. 병을 앓게 되면서 도저히 컨디션도 안 올라오고 병원 일정도 너무 많아서 일반적인 회사를 다닐 수가 없더라구요. 결국 저는 30대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어요. 지금도 계속 치료를 받고 재활운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는 없어요. 오히려 점점 몸이 나빠져가고 있어서 응급실 단골 손님이 되었죠. 이제 119 분들도 제가 부천에 살고 있는데 왜 인천성모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는지 다 아실 정도로요. 정말 119 분들을 자주 뵈었네요. 별로 보고 싶진 않은데 말이죠...그런데 머지않아 그분들이 제 집 비밀번호도 외울 지도 모르겠네요. 인생... 

 

 

저는 병이 많고, 그 중에서도 위험한 병들이 참 많아요. 뇌와 심장, 폐에 중증 질환이 있어서 매달 병원을 다니며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언제 발작을 해서 쓰러질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가 쓰러지면 높은 확률로 죽을 수도 있죠. 우울한 글이지만 현실이니 어떻게 수습이 안되네요. 그럼에도 1인가구로 사는 건 제가 부천에 일을 하러 올라온 게 아니고 병 치료를 위해 올라와서에요. 저는 어머니께서 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계세요. 오빠는 혼자서 아버지 부양을 하고 있는데(투병생활 전에는 저랑 반반 부담을 했었어요) 거기 얹혀 살 수도 없고, 마침 또 오빠가 1월에 결혼도 하거든요. 신혼집에 얹혀 살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봐야죠. 

 

  그렇게 말해 봐야 이미 벌써 혼자 살면서 응급실을 4번인가 갔다왔고 이제 제가 119를 불러도 구급대원분들이 오시기 전에 어떻게든 병원가방을 쌀 정도의 짬바가 찼어요. 물론 아직 중증 쇼크가 오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과다출혈로 피를 토하면서도 병원 가방은 잘 쌌거든요! 쓰러지기 전이면 언제든 응급실 갈 준비는 10분이면 할 수 있어요. 물론 이것도 협심증이라던가 뇌졸중 재발이라던가 하면 다 부질없는 발버둥이겠지만... 그래서 약물치료도 꾸준히 받고 있는데 이번에 약물 부작용 이슈가 너무 크게 터져서 지금은 뇌 혈전약은 복용을 중단한 상태에요. 항인지질항체증후군과 협심증 때문에 혈전약인 와파린을 계속 복용을 해왔는데 갑자기 PT(INR) 수치가 1.0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7.3까지 치솟아 난리가 났지 뭐에요?(정상 수치는 1.5~2.5) 일단 잠정 복용 중단을 했는데 어떻게 될 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아요. 벌써 또 저녁이네요. 뭘 먹긴 싫은데... 그래도 약을 먹으려면 밥을 잘 챙겨먹어야겠죠? 여러분도 끼니 잘 챙기고 건강 조심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