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점점 나빠진다. 천식 때문에 습도를 잡기 위해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 두고 있는데 차가운 바람이 칼날처럼 피부를 가른다. 에어컨을 끄면 차오르는 습도 때문에 숨을 쉴 수 없고 에어컨을 켜면 숨은 좀 쉴 만 하지만 피부가 칼날에 베이듯 아파온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하체로 갈 수록 피가 통하지 않아 다리가 차갑게 식어가고 혈색도 좋지 않다. 약을 하루에 60알 씩 먹는데, 병원 진료도 수도 없이 받는데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매일, 매 끼, 매 시간 약을 털어 먹으면서 이게 약인지 독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간과 신장은 이미 힘들어하고 있는데, 약은 점점 늘어만 가고... 언제쯤이면 약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해방되는 날이 오긴 할까?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아니 평생이란게 허락되긴 하는 걸까?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뇌도, 심장도, 신장도, 폐도, 간도, 혈액도 정상인 게 하나도 없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약으로 버틸 수 있는 지금이 호시절인 건 아닐까?
그래도 아직은 버티고 있다.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각 뿐인 건 아닐까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버티고 있다. 약을 먹어야 하면 약을 먹을 것이고, 검사를 받아야 하면 검사를 받을 것이고, 시술을 받아야 하면 그것도 받을 것이고, 수술이 필요하면 그것도 해야지. 먹으면 안되는 수백개의 음식 리스트를 보면서 식단 조절도 하고 있고, PT는 심근경색과 뇌경색 발생 위험이 있어 쉬고 있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병으로 직장을 잃고 난 후 나름 돈을 벌어보고자 원고작가 일을 하고 있지만 병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 수급자 신세라 매일 집 안에만 있지만, 그래도 힘을 내려고 애쓰고 있다. 매일 매일 집 안에서 가만히 요양하느라 저 깊은 심해로 가라앉아 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고 믿고 싶다. 아직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내 걱정을 해 주는 친구들도 있고, 오빠도 바쁘지만 틈틈이 내 걱정을 해 주고 있으니 벌써 포기하면 안되겠지. 그래도 기침은 좀 멎었으면 좋겠는데...
산소통을 끼고 살며 혈중 산소농도가 미니멈 경계를 오락가락하고 있는데다 기침이 너무 심해 객혈과 구토까지 해서 제대로 누워서 요양을 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교수님은 내 폐와 호흡기는 이미 한계 상태라고, 더 쓸 약도 없다고 하셨고... 그나마 대안으로 이비인후과 협진을 잡아주셨지만 이비인후과에서도 썩 괜찮은 방도는 없는 모양이다. 수술을 하면 조금은 더 숨을 쉬기 편해진다고는 하지만 그 수술도 영구적인 것도 아니고 6개월에 한 번 씩은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하니... 와파린을 2.5mg 씩 먹고 있는 나에겐 너무나 부담이 되는 일이고... 안그래도 빈혈도 있는데 수술한다고 칼을 대면 혈전용해제 때문에 과다출혈은 확정이라 수술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그 수술의 효과도 수술을 받기 위한 모든 노력에 비해 효과적일지도 사실 모르겠고... 심지어 당장 가능한 수술도 아니라고 하니 결론은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 뿐.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삶이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무기력한 고통을 잊으려 이것 저것 시도해 보고 있지만 썩 효과가 있진 않고, 무엇보다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니 뭘 하는 것도 힘들다. 내 나이 31살... 한창 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집 안에서 이렇게 쭈그러들고만 있으니 인생이 왜 이렇게 지긋지긋한지 모르겠다. 숨막히는 매일을 살아가면서 우울증에 공황장애, 환각, 불안장애에 수면장애까지 골고루 생겨서 정신과 약만도 몇 알인지 모르겠다. 내 몸을 치료하기 위한 마약성 약제도 한 둘이 아닌데, 정신과 약에도 마약성 약물이 한가득. 이게 바로 약쟁이의 삶인가? 이런 걸 원하진 않았는데... 그나마 다행히도 수급자가 되어서 병원비도 감면되고, 공과금도 감면되고, 월마다 생존확인 겸 방문해주는 사람도 있고, 사치를 부리지 않으면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생활에 지장이 없으니 정신이 더 늘어지고 있다.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이 그제같은 이 지루한 삶은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차라리 끝이 언제인지 알면 덜 지루할 것 같은데 이 세상엔 아직 나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려 놓고 싶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순 없으니 매일 매일 조금이라도 더 버티는 수 밖에... 하지만 점점 지쳐가는 내 마음은 너무나 나약하다. 스스로 끊어내지 않을 정도의 힘은 있지만 더 밝게 힘을 내기엔 기력이 없어 늘어지기만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야 할까? 조금... 많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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