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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일기장

현실도피 중

by DunDunC 2024. 11. 6.

  다들 안녕, 간만에 머리를 자르고 온 둔둔이에요. 저는 강력한 반곱슬 머리라 주로 옆머리를 소멸시키는 히메컷을 하는데 이게 셀프로 될 것 같으면서 안되어서 늘 미용실에 가서 잘라요. 물론 스타일링은 미용실에 다녀온 찰나의 순간 동안만 유지가 되고 강력한 반곱슬(곱슬이 심한게 아니라 반곱슬이 별 짓을 다 해도 정리되지 않음)의 영향으로 누웠다 한 번 일어나거나 머리 한번 감고 나면 다시 부시시한 반곱슬이 되어요. 자격증이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제 부스스 머리를 해치우려면 미용실의 파워가 절실히 필요해요. 근데 문제는 미용실 파워도 얼마 안 간다는 점... 심지어 매직도 해 봤는데 안통하더라구요? 제 머리를 본 좀 비싼 헤어샵 원장님이 강철 반곱슬이라고 ㅋㅋㅋㅋㅋㅋ 말을 하시더라구요. 이런 반곱슬은 처음 본다곸ㅋㅋㅋ

  여튼 그런 의미에서 저는 봉두난발을 피하기 위해 또 히메컷을 했고 외출하고 왔으니 머리를 감았는데 역시나 드라이한 건 도루묵이 되었구요, 저는 그저 허허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앞머리 옆머리 정리도 하고 뒷머리도 좀 손봐서 가벼워진 걸로 만족하려구요.

  제가 까마귀 성격이랄까 반짝거리는 장신구나 특히 머리 장식을 좋아해서 꽤 많이 가지고 있는데 얼른 머리를 길러서 이것 저것 꾸며보고 싶어요. 사실 예전에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모발 기부한다고 늘 엉덩이까지 머리를 길러서 잘라 보내고 또 길러서 잘라 보내고를 반복했는데 이제 모발 기부 안 한다고 해서 좀 가벼운 중단발로 살고 있었거든요. 근데 다시 머리 꾸미기 뽐뿌가 와서 다시 길러 보려구요. 조금만 더 기르면 머리꽂이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지금 제 목표는 머리 비녀를 꽂을 수 있을 만큼 기르는 거에요.

  내년 1 월 오빠 결혼식까지 머리가 다 기르면 머리장식을 짱짱하게 하고 갈거에요. 어차피 보행기 없이는 못 걸어서 뭘 하든 환자룩이겠지만 그래도 결혼식, 특히 가족 결혼식은 신경써서 차려입고 가는게 예의잖아요? 안그래도 제 건강 상태 때문에 상견례도 못했는데 결혼식에선 사돈 어른들께 잘 보여야 하잖아요? 우리집 가족 구성원이라고 해도 50대에 치매 걸리신 아버지랑 20대에 뇌졸중 온 저랑 해서 환자들밖에 없는데 겉가죽이라도 잘 꾸며야 오빠 체면이 조금이라도 살지 않겠어요? 물론 너무 과하게는 안꾸밀 거에요. 결혼식 주인공은 새언니니까요. 새언니도 저보다 나이가 어려서 음;;; 한 상황이 되긴 했지만 그냥 새언니로 퉁치려구요. 올케니 뭐니 따지려면 너무 귀찮아...

  결혼식은 꽤나 가봤는데 가족 결혼식같이 가까운 촌수의 결혼식은 또 얼마만이라 뭘 입고 가야할 지 벌써부터 고민이에요. 일단 보행기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전체 점수 아웃이긴 한데, 그래도 뭐라도 꾸며야 TPO에 맞지 않겠어요? 다리 마비가 와서 바지나 치마는 못 입으니까(무릎아래가 마비되어 하의 자체가 입기 힘듦), 원피스를 입고 가려고 하는데 또 하필 결혼식이 1월이라 겨울이잖아요? 하객이 발끝까지 닿는 드레스를 입을 수도 없고 스타킹이나 타이즈는 바지보다 더 입기 힘들고 결국 맨다리에 원피스를 입어야 하는데 과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후우..쉽지않다 인생...사실 머리장식이나 다른 장신구에 집중하는 이유도 한겨울에 맨다리 원피스 꼴로 가야 하는 현실에서 약간 현실도피를 하고 싶어 그런 것도 있어요. ㅎㅎ... 패션피플같이 하고 가면 좀 덜 이상해 보일까 싶어서... 뭐 그래봤자 보행기 끌고 가면 아웃이긴 한데... 

  진짜 이 보행기가 문제에요. 어딜 가든 걸리적거리고, 버스도 못 타고, 심지어 크기도 큰데 잘 접히지도 않아서 눈에 띄고, 근데 없으면 걸을 수가 없어... 이 무슨 난관이란 말인가...아 그러고 보니 저 시신경 마비도 있어서 안대 쓰고 애꾸 차림으로 가야 하네요? 화장도 못하네? 와 진짜 비주얼... 와... 이런 걸 보고 노답이라고 하는 거겠죠? 정말 인생 쉽지 않다... 그래도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죠. 아님 말고... 안 되는 걸 붙잡고 있어봐야 스트레스만 받는데 그럴 바에야 낮잠이라도 자는게 더 이득 아니겠어요? 안그래도 불면증 때문에 밤에도 2~3시간 밖에 잠을 못 자는데 낮에라도 잠이 오면 바로 자라고 하더라구요. 수면시간이 너무 줄어도 뇌에 안좋다나...? 잠은 안 오지만 그래도 잠들기를 바라며 누워야겠어요. 

환절기인지 겨울인지 여간 날이 추운게 아닌데 다들 건강조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