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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일기장

겨울이불 폭신폭신, 기침은 콜록콜록, 기력은 비실비실

by DunDunC 2024. 11. 3.

  다들 안녕, 저는 오늘 드디어 봄/여름 이불을 겨울 이불로 바꾼 둔둔이에요. 요즘 한기가 자주 들고 기침이 멎지 않아서 보온이 필요했거든요. 진작부터 탄소매트를 구입해서 쓰고 있었지만 뼛속까지 스며든 한기는 빠지질 않더라구요. 대체 또 뭐가 문제니...

  매트리스 위에 홑이불을 몇겹이나 깔고 탄소매트를 깐 뒤 커버용으로 아주 얇은 한겹짜리 토퍼를 깔고 그 위에 두툼한 겨울 이불을 커버까지 씌워서 덮었어요. 왜 요이불에 덮는 이불까지 커버를 덮었냐면 폐가 너무 안좋아져서 수시로 침구를 빨아야 하거든요. 사실 청소도 그만큼 자주 해야 하는데 눈 한쪽으로, 팔 다리도 불편한 상태로 자주 청소를 하기란 무리가 있죠. 그래서 장애등록을 하고 활동보조인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시각장애 등록이 참 쉽지가 않아요.
 
  눈 한쪽이 뒤집혀 마비가 왔는데, 환측 안구를 가리지 않으면 눈 앞도 제대로 볼 수가 없는데 1차 심사에 빠꾸를 맞고 추가 검사 및 서류 보완을 해서 재 심사 요청을 해야 해요. 서류 제출을 위한 검사도 10월달부터 예약을 했는데 정작 검사일은 이번 11월달 말이나 되어야 받을 수 있대요. 검사를 받자 마자 대학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다시 받고 동사무소에 제출을 해야 해요.

  이렇게 애를 써서 장애 등록이 되면 좋겠는데 또 빠꾸를 맞을까봐 걱정이 끊이질 않아요. 활동보조인 신청을 해야 가사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제 예민하고 헐어버린 폐가 좀 안정이 될텐데 말이죠... 스스로 청소를 하려니 진공청소기는 무선 청소기도 들기가 힘들고 빗자루 역시 먼지를 쓸어내는데 힘이 많이 들어요. 균형을 비틀비틀 잡으면서 손을 놀리려니 이건 청소인지 폴댄스인지 알 수가 없네요.

  사실 요즘 점점 더 제가 혼자 사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가족관계 상 심각한 PTSD가 있어서 가족과 같이 살 수는 없고 외부활동이 거의 없다 보니 남자친구도 없고 본인 역시 독신주의자에 비혼주의자라 누구랑 같이 사는 걸 견디기가 힘들어요. 그나마 활동보조인은 하루에 몇 시간 정도만 머물테니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대로 이렇게 가라앉아가면 어느 순간 모든 게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응급실에 다녀온 후 멎었던 객혈이 다시 시작되고 있어요. 기침을 할 때마다 손바닥이 피로 젖는데 이젠 아무 감흥도 없어요. 점점 몸이 무너져가는게 느껴지지만 별 방법도 없고, 하나 하나 신경 쓰기엔 문제가 너무 많아서 감당도 안되고 그러다 보니 더 덤덤해지는 것 같아요. 이게 좋은 게 아닌데... 방법도 없으니 뭐 어쩔 수 없죠.

  요즘 문제라면 날로 늘어가는 병원비겠죠. 점점 모아놓은 돈이 떨어져가고, 카드 돌려막기도 한계가 있고 병원비 카드 리볼빙을 시작했는데 이게 스노우볼이 되어 저를 후려칠까 걱정이 되네요. 그런데 리볼빙을 안하면 카드값이 감당이 안되는걸요... 이미 적금통장 1, 2, 3도 해지했고 연금 IRP 통장에 주식 계좌까지 해지했어요. 다음달에는 연금저축계좌도 해지하려고 해요. 이것까지 깨고 나면 더 깰 통장이 없는데... 이게 몇달이나 갈 지 잘 모르겠어요.
 
  대충 예상하기로는 2~3달 정도면 이 돈도 다 없어질 것 같은데... 의료급여를 받고 있는데도 병원 진료과만 12개 과가 되고, 하루에 먹는 약이 40-50알이 되고, 네뷸라이저1, 2, 3에 나잘스프레이 1, 2에 인슐린같은 주사제까지 달고 살려니 돈이 나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긴 병에 장사없다는데 정말 그렇네요. 이제 겨우 2년인데 벌써 돈은 탈탈 털리고 저는 기초수급비로 겨우 겨우 연명하고 있어요. 어쩌다 제 삶이 이렇게 된 걸까요? 견디기가 힘드네요. 정말 힘들어요. 요즘은 신경줄도 얇아지는지 점점 정신을 차리고 있기 힘들어요. 거의 하루 종일 누워만 있네요. 그나마 밥은 챙겨 먹는데 기력은 없고, 운동을 하기엔 힘이 없고, 건강은 더 나빠져 가고, 말 그대로 악순환의 고리에 올라탔네요.

  수면제 효과가 다시 떨어져가네요. 약을 더 강하게 올려야 할 것 같아요. 하루에 활동 가능한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가요. 기력이 없어요. 너무 피곤하네요. 이불 갈고 세탁하느라 너무 기력을 많이 쓴 것 같아요. 내일도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와야 하는데 하필 비 예보가 있네요. 정말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어요. 인생 정말 이러기냐... 내일 부디 병원에 잘 다녀올 수 있기를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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