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출혈 부작용으로 응급실까지 실려간 후 와파린 복용을 잠정 중단했다. 응급실에 다녀온 후 보는 응급외래에서 교수님께서는 1달만 더 와파린을 끊어보자고 하셨다. 내 혈관 속의 와파린을 다 없애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적정 용량을 제로베이스부터 찾아보자고 하셨다. 물론 나는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이 있고, 언제 또 재발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당장 폐 출혈부터 비강 출혈, 토혈과 혈뇨, 구강 내 출혈 등을 따졌을 때 와파린 복용을 지속하면 언제 뇌출혈이 발생할 지 알 수 없다고, 그러니 일단 혈중 와파린을 제로베이스로 만들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다.
처음 아스피린을 처방받고 과다출혈 부작용이 났을 때 보다 출혈량이 더 많았다. 하지만 PT(INR) 수치는 점점 바닥을 찍었고, 최소한 1.5~2.5, 기왕이면 2.0은 맞춰줘야할 와파린 수치가 1.1~1.0까지 내려가는 것은 과다출혈을 잡기에는 적절하지만 뇌졸중 재발을 막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치다. 한달을 끊어보자고 했지만 그 한달 내에 언제 뇌졸중이 재발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요즘들어 PT(INR) 수치가 떨어지면서 환측부인 우측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신경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지만 약을 먹어도 마비 증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얼마전에는 새끼발가락 모세혈관이 막히는 바람에 발가락에 피가 고이다가 터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발가락이라 중요도가 덜했지만 만약 뇌혈관이 막힌다면? 아니면 협심증이 있는 심장이 막힌다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대학병원 교수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지만 와파린을 끊을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는 간다. 출혈이 12시간이나 지속되고 출혈량은 1리터 남짓. 쉽게 수혈을 받을 수도 없는 만성 염증, 만성 자가면역질환자에겐 당장 출혈을 멈추는 것이 시급했겠지. 알고는 있지만 다른 병이 더 신경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 31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무슨 병이 이렇게나 많은 것일까. 내가 뭘 잘못했나. 몸을 험하게 굴린 것도 아닌데, 병은 점점 늘어만 가고 사회 복귀는 머나먼 일이 되어 버렸다. 뇌졸중, 항인지질항체증후군, 협심증, 중증천식, 폐출혈, 갑상선기능저하증, 혈뇨에 당뇨, 거기에다 기타 여러 정신질환들까지... 한 사람이 앓기엔 너무 많은 병 아닌가? 왜 이렇게 된 걸까. 사는게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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